우리 교실 이야기 14

학생들의 얘기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학생들의 얘기는 어디까지 믿고 받아줘야 할까? 학생들이 상반된 주장을 할 때가 있다. 그리고 학교, 교실에 대해 자기 의견을 얘기하기도 한다. 이런 말을 어디까지 믿고, 어디까지 받아줘야 할까? 그것에 대해 되새겨볼 경험이 있었다. 3월 학기가 시작하기 전 2월에는 같은 학년을 배정받은 선생님들이 모여 1년 동안 우리 반이 될 학생들을 뽑는다. 봉투에는 5-가, 5-나 이런 식으로 쓰여있다. 작년 4학년 학생들에게 통지표에는 자신의 반을 5-가, 5-나 이런 식으로 미리 안내했다. 그렇게 가분류된 반을 선생님들이 뽑는 것이다. 학년의 대표인 학년부장이 먼저 말했다. "우리 학년에 생활지도가 특히 필요한 학생은 00이와 00이가 있습니다. 생활지도가 많이 필요하다고 해요. 어느 분이 맡아주실까요?" 작년 ..

내 아이가 모인 교실에 우리 아이들

아침 6시 출근을 한다. 학교에 도착하면 6시 10분이다. 교무실에 들러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얼음을 담는다. 교실에 와서 컴퓨터를 켜고 하루를 시작한다. 어느샌가 컴퓨터를 켜고 끄는 것이 학교에서의 시작과 끝이 되었다. 조용한 교실에 혼자 있다. 교실은 학생들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학교는 다른 직장과 다르다. 이 좁은 공간에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잠시 후 모인다. 공간 면적 대비 인구수로 따지면 이런 직장은 별로 없을 것 같다. 학생들이 없는 이 교실의 분위기가 좋다. 뭔가에 집중하기 딱 좋은 시간이다. 난 학교에 처음 왔을 때부터 아침 시간에 일을 많이 처리했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몸에서 에너지가 빠진 걸 알았다. 그때는 선생님들과 모여 회의를 하거나 하루동안 있었던 ..

같은 학년, 다른 반 그리고 학부모 민원

학교에서 직장 동료로서 가장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이 같은 학년 교사들이다. 동학년 교사들은 회사의 같은 팀이라고 보면 된다. 1년 동안 함께 지내며 같은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학급의 특색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것도 있지만 큰 틀에서는 같이 움직인다. 같은 교과서로 같은 나이의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니 협력할 일이 많다. 때로 갈등도 있다. 그래서 몇 학년을 할 것이냐를 두고 학기 말 12월이 되면 서로 눈치를 살피기도 한다. 나와 맞지 않는 교사와 1년을 함께 보내지 않기 위해서다. 또는 친한 교사와 함께 하기를 원해서다. 그런데 내 경험 상 후자보다는 전자를 더 생각하는 것 같다. 당연한 얘기지만 교사들도 서로 다투기도 한다. 심하게 싸운 경우는 인사조차 하지 않는다. 나는 이렇게까지 간 적은 없지만 불편..

학기 말 교사는 무엇을 해야 하나?

학기말이다. 슬슬 방학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학급에서 해야 할 일, 학교 업무상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 학급에서는 일단 성적을 입력해야 한다. 이른바 평가. 옛날과  다르게 수치화된 통지표가 아니다. 평가는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음악, 미술, 체육, 도덕, 영어, 실과 이렇게 열 과목이다. 입력 단계는 세 단계. 잘함, 보통, 노력 요함 중 하나를 선택한다. 그동안 했던 수행평가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성취를 성적 시스템-학교에서는 나이스라고 부른다-에 넣는다. 과학과 영어는 전담 선생님이 있기에 그 선생님들이 입력한다. 이 글을 어느 정도 쓴 후 거기에 접속해 이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학기말 학생들을 관찰한 담임 의견을 쓴다. 정식 명칭은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이라고 한다...

학기를 시작한 지 네 달째

3월에 학생들을 만나고 이제 6월도 끝나갑니다. 그동안 학생들과 있었던 일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이제 어느 정도 학생들과 길들여졌고, 학생들 서로도 그렇습니다. 여러 가지 일 중 기록해 두어야 할 것을 남기고 거기에 어떤 의미가 있다면 찾아보려고 합니다. 머릿속에 있던 것이 글자로 변하면 다르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아니 거의 대부분 그랬습니다. 얼마 전 학생들에게 글쓰기 제목으로 '우리 반 친구 ~~은(는)'이라는 걸 줬습니다. 하루에 한 편씩 쓰는 글쓰기 숙제입니다. 어떤 여학생이 남학생(지완)에 대해 칭찬하는 얘기를 합니다. 지완이는 괜찮은 친구 같아요. 두 달 동안 짝이어서 친해졌어요. 가끔 장난을 치기는 하지만 내가 무언갈 잃어버리면 같이 찾아주고, 재밌는 마술을 보여줍니다. 대충 이런 얘기..

불편했던 교실

학생들과 불편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20년 동안 여러 학생을 만나다 보니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겠죠. 어떤 일들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사라지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담임은 1년 동안은 학생들과 함께 지내야 합니다. 학기 초에 그런 일이 생기면 1년 동안 어색한 관계를 이어가야 합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그것에 관한 얘기입니다.  2012년 세 번째 학교에 발령받고 5학년 담임을 맡았습니다. 학급 당 학생 수를 줄이는 분위기였습니다. 25명 정도 됐던 것 같습니다. 남학생 9명, 여학생 16명. 여학생이 참 많았습니다. 5학년 정도 되면 사춘기가 오는 학생들도 꽤 있습니다. 특히 여학생들이 그렇습니다. 발달 속도가 남학생에 비해 빠르기 때문입니다. 친구 관계가 중요해지고,..

학교에서 승진을 한다는 것

학교에서 승진을 한다는 것은 교사에게 어떤 의미인지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학교에서 교사는 일반적으로 세 부류로 불립니다. 교사, 부장교사, 관리자(교장, 교감). 학교에서 승진을 한다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교사의 진로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제가 처음 학교에 왔을 때 남자 선배들은 대부분이 승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려면 부장교사를 맡아야 합니다. 그들은 일단 부장교사의 티켓을 따기 위해 교감, 교장에게 순종적이었습니다. 비합리적인 일들이 횡행했습니다. 관리자들을 위해 술자리를 마련하고, 그들에게 술을 따르고, 그 티켓을 손에 쥐기 위해 열심히였습니다.  첫 학교는 승진을 위해 유리한 학교였습니다. 우리 지역은 승진을 위해 가야할 험한 학교가 있었습니다. 이른바 기피하는 학교입니다. 교통이 불편..

학교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것과 그렇지 않은 것

학교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것과 그렇지 않았던 것은 뭐가 있었을까? 그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2004년 처음 학교에 왔을 때 여느 사회 초년생과 같이 학교라는 시스템에 적응하는 데 시간과 힘을 쏟았습니다. 배우는 학교에서 직장인 학교로 들어왔기에 아직 대학생 물이 덜 빠졌던 시기입니다. 젊음을 무기로 달려들었던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가 새로웠습니다. 옆반 선배들은 척척 그리고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고 제 시간이 되면 퇴근을 했습니다. 그들에게는 그것들이 몇 년 동안 소화했던 일이라 예측된 것이었고, 준비도 할 수 있었겠지요. 마치 숙련된 요리사가 미리 필요한 요리 재료를 다듬는 것처럼. 해를 넘기면서 저도 그것이 몸에 들어왔습니다. '이맘때는 슬슬 이걸 준비해야지.'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중요한 것과 ..

가정의 달 5월. 그리고 스승의 날.

5월에는 여러 날이 있습니다.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그리고 스승의 날. 요즘은 근로자의 날 쉬는 학교가 있습니다. 몇 해전에는 스승의 날에도 학교 문을 닫자고 하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될 무렵 작은 선물도 금지하면서 스승의 날 서로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그렇게 하자는 것이었죠. 제가 2009년에서 2012년 사이 근무했던 공항 근처에 위치한 학교에서는 5월 1일 운동회를 열었습니다. 학부모들이 학교에 많이 올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죠. 학부모와 교사의 계주 경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오랜만에 뛰는 어른들이지만 자식들 앞에서 그리고 학생들 앞에서 열정이 앞서다 보니 넘어지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운동회를 치르고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를 치우고 나면 뿌듯했습니다. 학..

학생들을 대할 때

교사로서 학생들을 대할 때 나는 어떤 마음가짐이었나를 돌아보려고 합니다. 교실에서 교사는 학생들 우위에 있습니다. 예전에는 더 심했고 지금은 덜하지만 위에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학생들을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선생님들은 그런 문화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과거 몇몇 선생님들의 무자비한 권력 남용을 억제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저도 그런 시기에 학교에 오게 되었고, 학생 존중 문화는 깊이 교실에 자리 잡았습니다. 그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나는 어떤 자세를 취했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몇 해 전 한 학생이 이렇게 썼습니다.이 글을 보고 잠시 생각했습니다. '내가 표정이 무거웠나?'  '헛소리하지 마'라고 자주 했나? 사실이었습니다. 수업 시간 학생들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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